Saturday, March 26, 2011

나가수-- 너무 많은 것이 슬퍼진다..


한 마디 정도는 적어 놔야 나중에 생각이 날 것 같다.
나는 원래 예능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많은 유학생의 살아갈 힘 '무한도전'도 잘 안 본다. 가끔 보면 재밌지만 챙겨보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에 궁금하고 챙겨보고 싶은 예능이 있었다. '나는 가수다.' 처음 1-2회 가수들 노래 부르는 것을 보고, 왠지 너무 너무 행복했고, 어릴 적 생각도 나고... 어릴 때는 가요를 듣고도 마음 한 자락이 자르르 떨리는 느낌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새삼스럽고 왠지 모르게 행복했다.

훌륭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 무대에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명예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왠만한 아이돌 (아.. 아이돌들 노래 듣고는 정말 충격 받았다!) 은 명함도 올릴 수 없는, 진짜 가수들의 자리. 잘만 갔으면 그 무대에 서는 가수들도 행복하고 우리들도 행복할 수 있었을텐데...

김건모 재도전이 허용되면서 김건모도, 프로그램도 온갖 돌팔매질을 당하고, 쌀집 아저씨 쌀가게 명의 넘기고, 김제동 울고, 이소라 울고... 사람들은 원칙이 무너져서 열받는다고 엄청 달려든다. 내가 젤루 당황하는 부분은 그 놈의 '원칙'이다. 이야~~~~~~ 사람들이 예능에서 원칙 무너진다고 이렇게 열을 받다니, 이렇게 '원칙'이 강조되는 사회가 요지경 요꼬라지라니!

예전에는 원칙도 있었지만 사람 사는 '정'도 있었다. 이젠 '정' 같은 건 있으면 안 되는 건가 보다. 적어도 예능에서도... 사람들이 이렇게 원칙에 집착하고, 원칙이 무너지면 분노하고 달려들게 된 건 실제로는 사회의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일 것이다. 일종의 보상심리인것일까?

그렇게 이런 사회현상을 이해해 보지만, 실제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 항거도 못 하고, 우리가 사랑할 만한 '예능'에서 원칙이 무너진 것에 대해, 인간적으로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달려드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너무나 강한 사회 기성 세력에 대해서는 무릎 꿇고, 내가 어찌 해 볼 수 있는 한 개인, 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거의 폭력의 수준으로 이렇게 힘을 휘둘러 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내가 이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생기는 편견인 것일까?

내게는 사회가 분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분노가 여의도 한강변에서 뺨 맞고 종로 식당에서 맛있는 거 먹고 풀어볼려고 했는데, 아줌마가 어떤 돈 많은 손님이 밥 그릇을 떨어뜨리자 한 그릇 공짜로 더 주는 것을 보고 원칙이 무너졌다며 밥상 뒤엎는 모습으로.. 원래 1인분 가격만 내었으니 떨어뜨린 한 그릇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라는...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이게 아주 사회적으로 공감이 되는... 황당하다.

누구는 김건모나 나가수 편을 들면, 그 논리라면 선거판, 정치판에서도 원칙이 무너져도 된다는 이야기냐고 묻는다. 그렇지만 사회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치와 예능은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나 그 정도가 다른 것이 정상 아닐까? 그리고 그 요구를 하는 목소리의 크기도 다양한 것이 제대로 된 것 아닐까? 난 요즘 뭐가 정상인지, 무엇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인지 그런 것들이 혼란하고, 왠지 너무 많은 것들이 슬퍼진다. 내가 개인적으로 쌀집 아저씨를 아는 것도, 김건모 팬도 아니지만, 그 프로그램에 나왔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안 됐고 쓸쓸해지고 그런다.. 내가 이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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