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미국에서 살면서 한국말도 잘 하고 영어도 잘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토토로조카님은 이제 만 다섯살. 다행히 한글도 제법 읽을 줄 알고 책을 무척 사랑한다. 그래서 혼자 앉아 책을 읽는 것이 그녀의 주된 낙이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를 불러댄다. "왜?" 엄마가 답한다. "그런지 손자가 뭐예요?" "뭐? 그런지 손자? 그게 뭐야?" .. 황당황당 'grunge'를 물어보는건가? 그렇게 영어랑 한글이 같이 나올 일은 거의 없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방으로 달려가본다. "그런지 손자가 뭐야? 엄마도 모르겠네?" .. "여기요... 여기 책에 그렇게 써 있어요.."하며 보여준 것은 왕자와 공주들의 이야기가 가득 찬 동화책.. 한 할아버지 임금님이 혼기가 찬 왕자에게 결혼을 재촉하며 말하는 장면이다. ".... 늙어서 그런지 손자가 보고 싶구나"...........아.......... 그런지 손자.. '늙어서'도 알고 '손자'도 알지만 '그런지'는 모르는 우리 딸래미... 그런데.. 가르쳐 주기가 영 쉽지 않구나.....딸아!
영어문화권에 살면서 경험하는 생각지 못한 일상중 하나는 '내 집, 내 아빠'. 한국어로는 '우리 집, 우리 아빠'이지만, 영어로는 'my house, my dad'이라 그런지 토토로조카님은 친구에게 "내 아빠에게 물어볼께", " 내 엄마가 그래도 된다고 했어" 같은 특이한 말습관을 보인다. 물론 동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 아이들은 머리속에서 언어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한 가지 더, 이해가 가면서도 열받는 것은 뭔가 다시 말해 달라고 할 때 말하는 "뭐라구요?" 이다. 이걸 그냥 국어책에 나오는 "뭐라구요

하나 더. "엄마, 이것 해 줄 수 있어요?" 이 존댓말은 미국인의 당당당 포스와 함께 연상해야 정확하게 상황을 이미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표현과 정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Mom, can you please do this?" ... 아무리 가르쳐도 "엄마, 이것 좀 해 주세요"라는 말은 할 줄을 모른다. 도대체.. 머리속을 이해할 수도 없고, 이제 모국어가 제2언어에 추격당해 가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그런데 어떻게 영어가 이렇게 번역한 듯이 한국어에 덧입혀지는 것일까? 신기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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