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19, 2010

피할 수 없는 mom's brain


출산 후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일명 '비밀의 문' (그 문을 지나기 전까진 생각나다가 지나면 내가 왜 문을 지나갔는지 까먹게 되는..) 현상은 토토로 조카님이 생기기 3년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예전엔 기억력이 꽤 좋아서 신랑하고 싸울 때, 남 돈 빌려줬을 때, 뭔가 챙겨야 할 때 아주 유용했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도 나를 전혀 신뢰할 수 없어 수첩에 적고, 구글 칼렌다에 적고, 온갖 군데에 메모해 놓고, 어디 메모해 놨는지 까먹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토토로 조카님 탓하고 싶었다.

아침에 8시 반까지 랩에 나가야 하는데 30분이나 지각했다. 이유는 '열쇠 꾸러미'를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집, 랩, 컴퓨터 실, office, 학교 건물, 그리고 우체통 열쇠가 다 들어 있는 '꾸러미'를! orz...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어디에 두었더라.. 어디에 두었더라?? 워낙 기억력이 깜빡깜빡해서 왠만하면 항상 같은 곳, 아니면 비슷한 동네에라도 두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열쇠 못 찾으면 학교 다녀와서 찾으면 되지 싶기도 했지만, 너무 하얗게 생각이 나지 않아서 이러다 영영 잃어버리는거 아냐 살짝 무서워져 출근할 수 가 없었다.. 결국 그냥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랩 문 좀 걸지 말라 부탁하고 하루를 살았다. 이대로 그냥 안 나오면 어떡하지.. 공부가 안 된다...(에라이.. 핑계가 또 생겼다..)

마지막으로 열쇠를 쓴 것은 지난 주 금요일 집에 들어갈 때 .. 온 가족이 장을 보고 들어오는 길이라 손에는 장바구니가 주렁 주렁.. 평소 열쇠사용을 동경하는 토토로조카님에게 아량을 보이는 척, 열쇠를 주고 문을 열어 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열쇠는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이제 믿을 것은 토토로조카님의 기억력 뿐이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스쿨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토토로조카님. 아............하루가 길구나..

띠리링~
4시가 조금 넘어 집에 전화를 했다."혹시 열쇠 찾았어?"
신랑 왈 "어, 다람쥐가 물어갔었어". 뭐라구!!! (내 마음속의 절규) "딸 바꿔 봤!"
"딸아, 네가 엄마가 열쇠잊어버릴까봐 잘 두었었냐?" 언제나 당당한 우리 딸래미 "아니오, 내가 엄마 서프라이즈 해 줄라고 XXX(어딘지 아직도 모르겠다)에 잘 넣어두었어요" !!! 딸아~ (tada!의 억양으로..ㅠ_ㅠ)

하도 깜빡깜빡하는게 심해서 출산후에 이런 것이 심해졌다고 했더니, 영어로는 'mom's brain'이라고 하면 통한다고 과 친구가 알려줬다. 한국말로는 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쨌거나.. 오늘의 mom's brain 사건은-- 100% 내 탓은 아닌거였다 ...호호호....

이렇게 하고 하루를 마무리 하고 싶었다.. 젠장.. 저녁 먹고 소파에서 잠들었다가 깨서 안경 찾는데 한 시간 십분 걸렸다.



3 comments:

  1. 흐흐 앞으로는 휠이 옆으로 90도 돌아가는 것이 나올 듯 해요. 그럼 훨씬 편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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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ㅋㅋ 이 댓글은 평행주차에 대한 댓글? 좌우당간 감사합니다~ 면허 딴 후에도 운전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운전 실력이 늘질 않네요. ^^ 평행주찬 부담시러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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