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February 2, 2011

불 나오는 제설차. 그건 아니지.

이틀째 대단한 스노우스톰이 몰아치고 계셔서 퍼듀가 쉬고 있다. 어제는 얼음알갱이들이 떨어지느라 하루종일 창문에 시끄럽게 부딪혀대더니 오늘은 그야말로 눈천지다.

미국 온지 3년 되었는데 아직도 문화적으로 적응이 안 된 부분이 많다. 그러다보니 정말 웃지 못할 일도 많다. 오늘 새벽에 겪은 일은 정말 나의 무지의 소치?

보통 눈이 오면 정말 온 동네 사람이 다 나와 눈을 치운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제설이 진행된다. Snowplow car, snow blower 등등이 마구 출동해서 순식간에 눈을 치운다. 차도는 물론 인도도 쓸고 닦고 해서 왠간해선 눈이 왔다고 힘든 줄 모르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눈은 양도 양인데가 워낙 바람이 많이 불고 시야가 좋지 않아서인지 치우지 않고 상당한 시간을 조용히 지내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퍼듀는 2월 2일은 아침 10시에 학교를 재개한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 전체휴강으로 변경했음). 어제 밤에는 이렇게 눈이 오는데 멀리서 오는 애들은 10시까지 학교 올 수 있을까 하면서 잠들었다. 그리고 새벽 3시 40분쯤 토토로조카님이 잠결에 부르는 소리에 깨서 돌봐주고 나니 창밖에서 제설차 소리가 들린다. "헛, 미국애들도 야간에 근무를?" 놀라운 마음에 창밖을 봤다. 10시까지 학교 오게 만들려면 도로 정비를 하기는 해야겠구나 하면서...

오옷. 더 놀랍다. 제설차 바닥에서 불을 내뿜고 있다! light가 아닌 FIRE.
헛. 눈이 많이 오니 저렇게 제설하면서 밑으로는 불로 눈을 녹이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는 나. 혹시 다른 차들도 저런 차들이 올라나? 이게 일반화시킬 수 있는 경우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우리 아파트 뒤에는 작은 프리스쿨이 있는데 그 앞에 조그마한 주차장이 있다. 그 불 나오는 제설차는 그 작은 주차장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 쌓인 눈을 치우고 있었다. 그러다 다른 쪽에서 새로운 제설차 등장. 어, 그런데 그 차는 불이 안 나오는데?

그러더니 두 차가 모두 멈춰 선다. 왜 저러지?
그러더니, 좀 있더니 경찰차가 온다.
그러더니, 좀 더 있다가 소방차들이 온다. 번쩍번쩍.
모두 차 밑에 플래쉬를 들이대보고, 이야기 하고, 차 밑에 다시 쳐다보고..

10여분 그러더니 모두 사라진다. 그 불나오던 제설차도 불을 내 뿜지 않고 사라졌다.
이런. 그 제설차는 밑에서 뭔가 잘못 돼서 불이 나오는 것이었던 거다. 켁. 다른 제설차가 나타나서 그걸 보지 않았다면 그 제설차랑 운전기사, 어찌 될 수도 있었던 거다!!
켁. 밑으로 불을 뿜는 제설차라니, 그걸 신기한 듯 바라본 나는 상식이 부족한 걸까,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걸까, 아니면 그저 바보인 걸까..

그리고 아침이 되도록 우리 아파트 뒷뜰 눈은 아무도 안 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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